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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알아보기/필독해 공지사항

더 넓은 세계에 일본을 알리고 싶어요!

by 필리핀푸우짱 200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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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와있는 일본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고 싶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 곳에서 온 아카네와 히로키를 만났다.

아카네는 필리핀에 온지는 석 달 정도였고, 방금, 투터(개인과외교사)과 수업을 끝내서인지,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에 앞머리를 살짝 핀으로 꽂은 모습이 무척 순수하고 해맑았다. 조금 놀랬던 것은, 마닐라에 오기 전 미국에서 이미 1년 정도 영어공부를 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이 곳에서 영어공부를 하다 미국으로 가는데 말이다.

그리고, 히로키는 마닐라에 오기 전, 회사 시스템 관련 업무를 했다고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적지 않은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예를 들면, 영어로 인해 업무상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누군가에게 영어로 인한 무시를 당했다거나 하는. 하지만, 내 뻔한 예상은 가볍게 빗겨 나갔다.








GHam
영어공부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회사에서 무슨 문제라도?

Hiroki
아니요. 회사가 싫거나, 지겹던 건 아니에요. 누구나 서른이 될 즈음, 그런 고민을 하잖아요. 문득, 이대로 서른 살이 되어도 좋을까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지면서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해볼까 절에 갔었는데, 그 곳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에 관심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싶은 사명감이랄까? 그런 게 생겼어요.

만약 내가 외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면, 어느 나라를 가도 일을 할 수 있을 테니,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서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많이 고민이 됐죠. 하지만 생각이란 게 할수록 늘 결론은 안 좋은 방향으로만 나기에,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보자는 결단을 내렸죠. 올 해 말까지 마닐라에서 영어공부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어 교사가 되는 코스를 밟을 예정이에요. 그렇게 해서 더 넓은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일본, 그리고 일본어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Akane
저도 비슷한데요. 지금은 필리핀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거든요.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서 봉사단체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면 봉사도 하고, 일본도 알릴 수 있잖아요. 

아카네보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히로키의 대답이 좀 더 구체적이긴 했지만, 금쪽같은 시간을 투자해 영어공부를 하는 목적이, 나 보다는 남을 위해서라니. 그리고, 외국에 일본을 알리고 싶어서라니, 날 위해서만 영어공부를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GHam
그러면, 영어공부를 위해 마닐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kane & Hiroki
역시, 물가가 싸기 때문이죠.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하는데도 저렴하거든요.

둘은 같은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 또한 무릎을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같구나. 나 역시도 영어공부를 위해 마닐라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겐 마닐라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 자체로도 사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만난 아카네와 히로키를 비롯하여 이 곳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절약하며 자신의 꿈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GHam
저렴하기 때문에, 좀 부족한 것도 있지 않나요? 특히, 아카네는 미국에서 이미 영어공부를 해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예를 들면 발음이라던가.


Akane
발음 같은 것, 비교하자면 분명히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미국영어와 필리핀영어를 놓고 어느 쪽이 더 좋은가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각 나라마다 독특한 억양이 있을 뿐이죠. 특히, 여기의 티처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을 가르친 경험이 많아서인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파악하고, 쉽게 잘 알려줘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이런 부분이 조금은 아쉬웠거든요.


Hiroki
물론, 저렴하다는 건 무시 못하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필리핀으로 온 것은 그 이유가 크니깐요. 하지만, 그래서 수준이 낮다거나 수업이 미흡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생각보다는 발음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자신이 열심히 해야 하니깐요.

어디서든 자신이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 환경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되짚어 생각해보니,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참 현명한 대답이었다.


GHam
하숙집은 어때요? 아무래도 외국에 나와있으니,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Akane
일본인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머물고 있는데, 생활하는 건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하숙생 대부분이 일본인이라, 하숙집에 있으면 일본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Hiroki
그게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하숙집에 머무는 시간 동안엔 주로 일본어를 쓰게 되니깐, 좀 아쉬워요. 그래도 외국에 온 건데 말이에요. 차라리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한국인을 만나 물어봐도 이 부분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어학원에서의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따로 영어를 사용할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 친구를 만들거나 일부러 필리핀 하숙집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친구라는 게 자판기 커피 뽑듯 동전만 넣으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필리핀 하숙집도,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GHam
먹고, 자고, 씻고 하는 아주 기본적인 실생활은 어때요?


Hiroki
아, 가장 불편한 거 하나 있어요. 가끔 화장실 물이 안 내려가거나 샤워를 할 때 물이 졸졸 흐르는 건 답답해요. 물론 그것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요. 여긴 일본이 아니라 필리핀이잖아요. 다른 나라에 와서 일본과 다르니깐 불편하다라고 할 순 없죠. 하지만, 끝까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어요. 택시에요. 한 번은 어딜 가자고 했었는데, OK, OK. 하더라고요. 하지만, 전혀 못 알아 듣고 무조건 OK 라고 한 거에요. 결국 같은 자리만 뱅뱅 돌다가 내리고 말았죠. 택시 문화는 좀 더 발전하면 좋겠어요.


Akane
전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해서인지, 아직까지는 불편한 점은 없어요. 필리피노가 친절하다는 느낌은 있고요.

아카네와 히로키는 좋은 얘기만 하는 것 같았다. 흉을 좀 해달라는 나의 짓궂은 질문에도, 끝까지 ‘나에게 그렇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었다.’로 대답하는 모습이 미묘하지만 일본인 특유의 성격인가 싶었다.


GHam
마지막으로 마닐라로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kane
일본인이던, 한국인이던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여기는 필리핀이라는 사실이에요. 물론, 나라 간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건 좋지만,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아니다라는 판단은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건 왜 일본처럼 하지 않느냐라고 하면 안되죠. 물론, 어쩌다 보면, 이해 할 수 없는 일들도 생기겠지만, 그 모든 걸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생활해야지만 여기 생활이 재미있어 질 거에요.


Hiroki
미국을 가던, 영국을 가던, 거기서 1년을 살던 2년을 살던 영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중요한 건 직접 부닥치고 영어로 말을 해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일본은 다른 나라와 붙어있지 않은 섬나라라 유럽 같은 곳에 비하면, 다른 나라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적거든요. 그래서 다른 나라의 얘기를 전해 듣기만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곤 하거든요. 실제로는 외국에 나와보면 실상은 다른데 말이죠. 보다 많은 일본인이 외국에 나가 직접 경험해보고 느끼는 생활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둘의 바람대로 세계 속에서 무궁무진 활약하는 둘의 모습을, 꼭 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과 꼭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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